스윙키즈 (Swing Kids)|2018.12.19 개봉|133분|감독 강형철|주연 도경수
영화 스윙키즈를 보고 왔어요. 스윙키즈는 강형철 감독의 신작이라는 것 만으로도 저에겐 '보고 싶은 영화'이었어요. 마침 엄마가 영화를 보고 싶어하시기에 엄마와 보기에도 좋은 영화일 것 같아 보고 왔네요.
스윙키즈는 1951년 한국전쟁 중의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그 곳에서 상사의 명령으로 한 명의 미군이 포로들과 함께 댄스팀을 만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에요. 감독의 전작들도 그렇고 전쟁을 배경으로 한 대부분의 한국 영화들이 그러하듯 이 영화 역시 마냥 희망적인 영화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예상밖의 이야기들을 많이 보여준 영화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이 땅에서 또 한번의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되는 이유'를 가장 잘 보여준 영화가 아닌가 싶어요.
카네기홀 무대에 오를 법한 춤꾼이지만 이념때문에 포로 수용소 내 작은 무대에 오르기도 힘든 로기수, 영화 내 모든 인물들 중 가장 똑똑하지만 살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만 하는 양판래, 그저 '내 색시'와 알콩달콩 사는 것이 유일한 꿈일 뿐인데 전쟁으로 인해 가장 이루기 힘든 꿈이 되어버린 강병삼, 춤에 대한 넘치는 재능이 있지만 전쟁때문에 재능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샤오팡, 가장 훌륭한 댄서이자 좋은 리더십을 가진 군인이지만 피부색 하나 때문에 어디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잭슨까지 전쟁이라는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서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희생되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영화는 그려나가고 있어요.
스윙키즈는 무엇보다 강형철 감독이 본인의 장점을 십분 살린 영화입니다. 강형철 감독이 보여준 복고 음악의 활용, 누구나 공감할 만한 메세지, 뛰어난 캐스팅 능력 등을 스윙키즈에서도 가감없이 보여주었는데요. 탭댄스를 주제로 한 영화이니만큼 많은 음악이 사용되고,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니만큼 확실한 메세지를 전달합니다. 그리고 아직 '아이돌'이라는 선입견에서 완벽히 벗어나지 못한 도경수를 단독 주연으로 내세우면서 도경수를 엑소의 멤버 디오가 아닌 배우 도경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작품을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공연, '빌어먹을 이념따위'. 영화 스윙키즈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었어요. 스윙키즈의 단원 5명이 유일하게 하나의 팀이 된 장면이고, 영화 내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탭댄스 무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어요. 탭댄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배우들이 탭댄스를 익히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충분히 보여준 무대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로기수 역을 맡은 도경수 배우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죠. 원래 연기를 잘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만큼이나 해낼 줄은 몰랐어요. 역할이 배우를 잘 만났고, 배우가 역할을 잘 만난 경우라 생각합니다. 북한 출신 분들이 듣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북한 사투리도 어색함없이 소화해냈고, 탭댄스도 연습을 많이 한 것인지 영화 내 어느 장면에서도 어설픔없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평소 엑소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 등에서도 눈빛이 참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영화에서 연기를 통해 이러한 자신의 장점을 많은 사람에게 확실히 보여주지 않았나 싶네요.
그리고 주요 배역들도 참 좋았어요. 영화 내에서 웃음을 담당해준 강병삼과 샤오팡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죠. 그리고 주요 배역 중 유일한 여성인 양판래는 전쟁 속 여성들의 고통을 극히 일부로나마 보여준 역할이라 좋았습니다.
영화의 마무리에 대해 이야기가 많은 것 같더라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좋았어요. 한국전쟁은 "너무 잔인해 기록을 보고 있기가 어렵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잔인한 전쟁이었고, 전 세계 전쟁 중 가장 이념적인 전쟁이었죠. 그런 실제 역사가 존재하기 때문에 마냥 희망적으로만 그리지 않은 스윙키즈의 결말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어요. 스윙키즈는 남북 관계에 큰 변화들이 있었던 2018년 올 한해를 마무리하며 보기에 좋은 영화라 생각됩니다.
영화 말모이 :: 한 줄로 끝낼 수 없는 우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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