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포스팅했던 난카이 트로프 지진과 함께 일본에서 근미래에 발생할 재난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 바로 수도직하지진인데요. 인구 1,300만의 메가시티이자 수도인 도쿄를 포함해 약 4,400만의 인구가 밀집해 있고, 수많은 사회 인프라가 집중된 곳인 만큼 철저한 대비로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고심 중인 모습입니다. 이번엔 일본 사회가 가장 열심히 대비하고 있는 수도직하지진에 대해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진] 규모와 진도의 차이점, 척도, 진원과 진앙
1. 수도직하지진(首都直下地震)이란?
수도직하지진이란 말 그대로 그 국가의 수도를 진원으로 하는 지진을 뜻합니다. 일본에서만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수도에서 발생하면 '수도직하지진'이라 부릅니다. 지진이 잦은 대만, 인도네시아, 칠레 등에서도 수도직하지진이 일어나곤 합니다.
일본의 경우, 수도인 도쿄도를 포함해 '수도권'으로 지칭되는 가나가와현, 치바현, 사이타마현 등을 진원으로 하는 모든 지진을 수도직하지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 참고로 일본의 관동(간토, 関東) 지역은 도쿄도(東京都), 가나가와현(神奈川県), 치바현(千葉県), 사이타마현(埼玉県), 군마현(群馬県), 토치기현(栃木県), 이바라키현(茨城県)이고, 수도권은 관동지역에서 야마나시현(山梨県)을 더한 범위를 수도권이라고 지칭한다고 합니다:-)
2. 수도직하지진과 사가미트로프지진(相模トラフ地震)
수도 직하 지진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설명해야 할 지진이 있습니다. 바로 사가미 트로프 지진입니다. 사가미 트로프 지진은 치바와 시즈오카 사이에 위치해 있는 사가미 해곡을 진원으로 하는 지진으로, 역사적으로 모멘텀 규모 8, 진도 6강에서 7 정도의 대지진이 일어났던 기록이 남아 있는 지진입니다. 같은 판에서 일어나는 지진인 만큼 수도직하지진과의 관계성이 매우 높은 지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가미 해곡은 북아메리카판과 필리핀해판의 경계에 위치한 해곡으로 도쿄 앞바다에서 일어나는 지진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도쿄와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수도권 전체에 영향을 주는 지진이라는 점에선 수도직하지진과 같지만, 사가미트로프지진은 판 경계 간에서 일어난 '해구형 지진'인데 반해, 수도직하지진은 판 내부의 활성단층에서 일어나는 '단층 지진'으로 그 유형과 피해 규모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해구형 지진과 단층 지진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아래 포스팅을 봐주시면 됩니다:-)
지진 이야기 :: 4. 해구형 지진과 단층 지진의 차이점
이름은 낯설지 모르지만, 마지막으로 일어났던 사가미 트로프 지진은 우리에게도 굉장히 익숙한 지진인데요. 바로 1923년에 일어났던 관동대지진이 바로 이 사가미 트로프에서 일어난 지진입니다. 당시 수십만 명의 사상자를 낸 관동대지진은 모멘텀 규모 8.3의 대지진으로 12m의 쓰나미까지 밀려왔다고 합니다. 당시 상황과 그 이후 관동대학살로 흘러가는 양상을 떠올리면 뭐... 하여튼 그랬다고 하네요.
사가미 트로프 지진의 주기는 약 200년입니다. 그래서 관동대지진이 1923년으로 100년 정도 흐른 현재 시점에 사가미트로프지진에 대한 걱정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2011년에 있었던 동일본 대지진이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은 일본에서 일어나는 모든 지진의 변수이기 때문에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가미 트로프 지진의 200년 주기 중 앞선 100년보다 후반부 100년의 기간 동안 M7 규모의 지진이 다발하는 현상을 보여준 기록이 있어 일본 사회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데요.
위 사진은 1923년 사가미 트로프에서 발생한 관동대지진과 그 이전, 1703년에 같은 사가미 해곡에서 발생한 겐로쿠관동지진 사이에 발생한 지진을 점도표로 나타낸 것인데, 전반 100년에 비해 후반 100년에 지진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사가미 트로프 지진 주기의 후반 100년에 접어든 현재 시점에 열도가 '지진 활동기'에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사가미 해곡의 수렴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북아메리카판에 위치한 수도권 지역의 단층들이기 때문에 수도직하지진에 대한 긴장도가 특히 높아지는 것입니다.
3. 수도직하지진의 주기, 예상 진원과 예상 규모
사가미 트로프 지진의 주기는 약 200년이지만, 단층 지진인 수도직하지진의 주기는 정확히 몇 년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록에 따르면, 도쿄는 사가미 트로프 지진을 포함해 평균 100년에 한 번씩 M7이상의 대지진 피해를 입어 왔다고 합니다. 수도권에 온 마지막 대지진이 1923년의 관동대지진이었으니, 그 주기가 돌아오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점을 들어 일본에선 수도 천도를 주장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단층 지진은 예측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 일본 전국에 약 2,000여 곳의 활성단층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수도권에 존재하는 단층도 그 수가 많다 보니 정확히 어느 위치에서 일어날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수도권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고, 발생 시 위험이 가장 큰 19개의 진원을 발표해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쿄 도심 지역 3군데, 하네다 공항과 나리타 공항이 포함되어 있는 게 눈에 띄네요.
진원의 위치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예상되는 지진의 규모는 모멘텀 규모 6.8~7.3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직하지진인 만큼 규모에 비해 큰 진도가 예상되는데요. 위 지도는 수도직하지진에 따른 도쿄도의 예상 진도입니다. 도쿄의 중심지인 23구만 보면 약 60%의 지역에서 6강 이상의 강한 흔들림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네요. 현재 일본의 진도 체계에서 가장 강한 진도 7로 예상되는 지역도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4. 예상 피해 규모
위 표는 도쿄도가 올해, 2022년 5월에 새롭게 발표한 수도직하지진에 따른 최대 피해 예상치입니다. 10년 전인 2012년에 발표한 것을 수정 발표한 것으로 많은 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인지, 예상 피해규모는 10년 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 해도 도쿄도내에서만 사망자가 6,000명 이상, 경제적 피해는 21조 5,000억 엔 이상, 피난민 299만 명이라는 것은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는 이야기이긴 하죠.
직하지진은 화재, 붕괴, 산사태 등 2차 피해가 많아 그에 따른 대비 역시 함께하고 있다는데요. 이에 대한 내용을 일본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드라마도 제작되었더라구요. 바로 2019년 NHK에서 방영된 '패러렐 도쿄'인데요. 드라마 '패러렐 도쿄'는 수도직하지진의 본진 발생 후, 일어나는 사건 사고, 피해 등을 그린 드라마로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전하는 보도국을 배경으로 지진으로 인한 다양한 상황을 그려낸 드라마입니다. 일본 재난 드라마가 다 그렇지만, 조금 오글거리긴 하는데 4부작이라 짧고 지진 상황을 잘 그려낸 드라마라 한 번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렇듯 다양한 피해가 예상되는 지진인만큼 중앙, 그리고 지방 정부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는 듯한데요.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재난인 만큼 "결국 자신의 몸은 스스로 몸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도 계속 전달하는 모양새입니다. 2016년 경주 지진 때 인터넷에서 돌았던 '도쿄방재' 역시 이러한 차원에서 만들어진 매뉴얼인데요. 한국어판도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사이트에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https://www.bousai.metro.tokyo.lg.jp/1002147/1008042/1008049/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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