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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일본 정치 이야기 :: 9. 일본의 대표 정치인 집안, 아베가&기시가 관계 / 아베 신조의 후계자?

by 쿠루비:-) 2022.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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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작부터 쓰려고 했던 주제였는데, 어쩌다보니 이런 사건 후에 쓰게 됐네요. 좀 귀찮기도 하고, 그냥 넘길까 했는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고인이 된 지금, 그의 후계자는 누가 될 것인지, 오랜 시간 일본 정치계를 주름잡은 아베가와 기시가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일본 사회가 주목하고 있는 만큼 한번 정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적어보는 포스팅입니다.


1. 아베(安倍)가와 기시(岸)가의 가계도

 아베 신조의 집안인 아베가와 외갓집인 기시가는 두 집안 모두 유명 정치인을 다수 배출해 낸 정치인 집안입니다. 워낙 오래전부터 지역에서부터 정치계에 영향력을 끼쳐 온 집안이라 친인척 범위를 넓히면 너무 복잡해져서 아베 신조의 3형제를 중심으로 정리해봤어요. 일본 사회의 어느 부분이든 그렇지만, 정치 집안에서도 딸에게는 자리를 물려주지 않기 때문에 딸들은 제외하고 정리했어요. 우선 참고하셔서 아래 포스팅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반대의 길을 간 조부와 외조부 : 아베 칸, 기시 노부스케, 그리고 사토 에이사쿠

아베 칸(安倍寛) / 사진 출처 : https://ja.m.wikipedia.org/wiki/安倍寛

 아베 신조의 조부인 아베 칸은 고향인 야마구치 지역에서 중의원을 지낸 인물입니다. 반전, 평화주의자로 도조 히데키를 비판하며 독자적인 정치 세력을 만들어가던 아베 칸은 50대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베 신조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와의 정치 행적이 판이하게 다른 인물이라 아베 칸이 일찍 죽지 않고, 손자들을 돌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아베 신조가 왜곡된 정치관을 가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 사진 출처 : https://www.jiji.com/sp/d2?p=mos001-01054432&d=004soc

 다음은 아베 신조의 정치 인생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아베 신조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입니다. 기시 노부스케는 56, 57대 내각총리대신을 지낸 인물로, 우리나라에선 그냥 'A급 전범놈'이죠. 아베 칸과 같은 야마구치현 출신으로 1930년대부터 정치에 입문, 패전 이후 잠시 사업을 하다 1950년대에 다시 정치계에 등장합니다.

 이후, 현재 흔히 자민당으로 불리는 자유민주당을 결성하고, 총리대신이 됩니다. 총리 기간 중에는 자주국방을 외치며, 평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일본 극우 세력의 정신적 지주와 같은 인물로, 사후에도 '쇼와의 요괴'라는 별명과 함께 그의 똥같은 정치적 신념은 후대에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토 에이사쿠(佐藤栄作, 왼쪽) / 사진 출처 : https://www.jiji.com/sp/d4?p=krp131-jpp01090381&d=d4_bbb

 성씨는 다르지만, 기시 노부스케의 친동생인 사토 에이사쿠 역시 일본에서 유명한 정치인 중 하나입니다. 두 사람의 아버지가 친정인 사토가에 데릴사위로 가면서 기시라는 성을 버렸지만, 대가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해 둘째인 노부스케만 기시 성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토 에이사쿠는 61~63대 내각총리대신으로, 아베 신조 이전 '전후 가장 오래 취임한 총리대신'이기도 합니다. 이후, 독일과의 핵개발 뒷거래가 드러나긴 했지만 비핵 3원칙을 세워, 일본인 최초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인물입니다. 형인 기시 노부스케가 실질적인 협상을 진행하긴 했지만, 한일기본조약(1965년)을 체결한 일본 총리로 우리나라에선 알려져 있죠. 작은할아버지이긴 하나 아베 신조의 중요한 정치적 배경 중 하나라 함께 정리해봤습니다.

 

3. 정치와 가정, 결국은 둘다 실패한 아버지 : 아베 신타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왼쪽)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郎, 오른쪽) / 사진 출처 : https://www.nikkei.com/article/DGXMZO45669250U9A600C1PP8000/

 외조부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아베 신조의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 역시 정치인입니다. 도쿄대 입학, 마이니치 신문 기자 합격, 중의원 당선까지 자신이 세운 인생 계획을 착착 성공시킨 아베 신타로는 관방장관, 외무장관을 거쳐 간사장까지 차지하게 되면서 정치 엘리트 코스를 밟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장인인 기시 노부스케의 후광을 많이 받았지만, 정치적 스탠스는 기시와 반대였습니다. 아버지인 아베 칸의 영향을 받아 평화, 반전을 외쳤던 아베 신타로는 정경유착 비리사건인 리크루트 사건으로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게 됩니다. 그리고 2년 뒤, 췌장암으로 사망하게 됩니다.

 아베 신타로는 돌이 지나기 전에 자신의 부모가 이혼하고, 정치인으로 바빴던 아버지 칸에게서 가족의 정을 받지 못해서인지 아들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아베 신조는 자신을 귀여워하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에게 더 의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성장 과정이 정치 신념에도 영향을 주지 않았나 하는 게 일반적인 이야기더라구요.


4. 골판지 형과 휠체어 동생 : 아베 히로노부, 기시 노부오

아베 히로노부(安倍寛信) / 사진 출처 : https://www.google.co.kr/amp/s/brandtimes.jp/story/ody-books/abefamily.amp

 아베 신조의 가족 중 국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 아베의 형이 아닐까 싶은데요. 바로 골판지 왕ㅋㅋㅋ, 아베 히로노부입니다. 미츠비시 상사에 입사한 후, 미쓰비시 패키징 사장을 지낸 인물로 아베 내각이 뭐든 골판지로 만드는 이유로 꼽히기도 합니다. 정계 경력도 없고, 회사도 퇴직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앞으로 직접적으로 뉴스에 등장할 일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네요.

 

기시 노부오(岸信夫) / 사진 출처 : https://news.yahoo.co.jp/articles/2df8840965bd50e8b2cb57edd6ea1892f89a3204

 아베 신타로의 셋째 아들이자 아베 신조의 동생 기시 노부오는 태어나자마자 자식이 없는 외삼촌, 기시 노부카즈의 양자로 가게 됩니다. 대학 입학할 때 필요한 등본을 떼어보기 전엔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하네요. 대학 졸업 후, 스미토모 상사를 거쳐 참의원으로 정계 입문 후, 야마구치 지역구 중의원에 당선되며 본격적인 중앙 정계로 진출합니다. 스가 내각에서 방위대신으로 입각한 후, 기시다 내각까지 유임하는 유일한 장관이 됩니다.

 하지만 작년 가을부터 기시 노부오의 건강 문제가 부상하고 있는데요. 작년엔 지팡이에 의지하면서 걷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올해부턴 휠체어까지 타고 나타나면서 "유사시 실무 책임자인 방위대신의 건강은 안보 문제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베와 당내 세력 확장을 두고 기싸움 중인 기시다 총리가 쓸데없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기시 방위대신의 사임은 피한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정치 영향력이 컸던 형,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고인이 된 지금, 아직 자신만의 기반 세력이 약한 기시 노부오가 어떤 행보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5. 아베와 기시의 후계자 조카들 : 아베 히로토, 기시 노부치요

 아베 신조와 부인인 아키에 사이에는 자식이 없는데요. 그래서 오래전부터 아베가의 후계는 조카들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예상되어왔습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조카는 형인 히로노부의 딸 1명, 아들 1명과 동생인 기시 노부오의 아들 2명, 총 4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6월, 94세 생일을 맞이 한 아베 요코(安倍洋子, 가장 왼쪽) / 사진 출처 : 아베 신조 전 총리 트위터

 1990년 아베 신타로의 갑작스러운 병사 후, 아베가를 이끌어 온 것은 신타로의 부인이자 삼 형제의 어머니인 아베 요코였다고 합니다. 90대의 나이에도 아직 정정한 모습으로 지역 관리와 아들들의 정계 지원 활동을 해주고 있다고 하죠. 그런 아베 요코가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점찍은 것이 큰아들 히로노부의 아들, 히로토 였다고 합니다. 직접 아베의 지역구를 돌며, "신조 다음은 손자인 히로토를 잘 부탁한다."며 주변에 인사를 다녔다고 합니다. 하지만 히로토 본인은 법률가로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고, 아버지가 사장을 지냈던 미쓰비시 상사에서 퇴사했다는 소식이 없는 걸로 보아 정계 입문은 아직인 듯합니다.

 

 그런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데다 아베의 지역구인 야마구치가 인구 감소로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좌석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아베 히로토의 정계 입문은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은데요. 거기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본인 계파 인물을 해당 지역구에 공천하고 싶은 의중을 보이고 있어 해당 지역구로의 공천은 더더욱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시 노부치요(岸信千代) / 사진 출처 : https://www.dailyshincho.jp/article/2020/10280556/?all=1

 반면 기시가의 후계자의 윤곽은 이미 나온 듯합니다. 자리의 주인은 기시 노부오의 큰아들, 기시 노부치요인데요. 후지 테레비에서의 기자 생활을 끝내고, 현재는 아버지인 기시 노부오 방위대신의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생전 후계자로 조카 중 노부치요를 욕심냈다는 카더라가 있었던 모양이에요. 기시 노부오는 아들이 둘이니 노부치요를 아베가에서 데려가도 괜찮다는 계산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시 노부치요는 아버지인 기시 노부오의 자리를 이어 받는 것이 확정적인 듯 하네요.

 

 간단하게 아베가-기시가에 대해 포스팅해봤는데요. 아베 신조라는 권력 중심을 갑자기 잃은 두 집안이 정계에서 쓸려 나가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일본 정치사에서 긴 역사와 인물을 가진 집안이라는 게 일본 정계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스펙이라 훗날 일본 정계의 중심에서 다시 등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우리나라 입장에선 상당히 불편한 정치 신념을 오랜 세월 지켜온 집안이라 '그냥 망해라' 싶기도 한데ㅋㅋㅋ 뭐든 알고 제대로 비난하고 비판하자 싶어 긴 시간 조사, 정리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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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일본의 대표 정치인 집안, 아베가&기시가 관계 / 아베 신조의 후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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