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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일본 정치 이야기 :: 5. 야스쿠니 신사의 의미와 역사

by 쿠루비:-) 2019.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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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정치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죠. 바로 '야스쿠니 신사'인데요. 일본 정계 인사가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할 때마다 우리나라에서 중요 소식으로 전달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야스쿠니 신사의 의미와 역사에 대해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야스쿠니 신사(靖国神社)의 설립

 야스쿠니 신사의 역사는 메이지 유신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신과 더불어 개국을 강행하던 일본 황실에 반발하는 에도 막부측과 전쟁을 치르며 황군 역시 많은 희생을 치뤘습니다. 이때 희생된 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각지에 '쇼콘샤(招魂社/초혼사)'를 세웁니다.

 

 정권을 잡은 메이지 천황은 황실로 권력이 모이게 함과 동시에 군국주의의 포석으로 삼기 위해 기존의 신토(神道)를 변형한 '국가신토(国家神道)'를 국교로 내세웁니다. 이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전국의 쇼콘샤 중 도쿄에 위치한 쇼콘샤의 이름을 '야스쿠니 신사'로 바꾸고, 황실을 위해 희생한 인물들을 합사시키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뿌리로 인해 현재까지도 야스쿠니 신사의 상징으로 일본 황실의 상징인 국화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 기존의 신토는 원한을 가진 혼을 달래기 위한 제사를 지내는 단순한 종교로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국가신토는 국수주의 성격을 강하게 가진 것으로 종교보다는 정책에 가깝습니다.

 

2. 전범 합사(合祀)

 패전 이후도 황족들이 직접 참배를 하며 그 넋을 기리던 야스쿠니 신사에 변화가 생깁니다. 1978년, A급 전범 14명을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시킨 것이죠. 원래부터 국수주의의 성향을 가진 곳이긴 했으나 A급 전범까지 합사하게 되며 우익 성향이 더욱 진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극우주의자들의 성지로 부상하게 되었고, 지금도 입구에서 부터 욱일승천기를 두른 부끄러움 모르는 우익성향의 일본인들을 볼 수 있다고 하죠.

 

 아이러니하게도 전범 합사 이후, 천황의 야스쿠니 참배는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합사 당시 천황이였던 쇼와 천황의 경우는 '저 놈들 때문에 내가 더러운 꼴을 당했지.'라는 분노에 참배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상황인 아키히토의 경우 야스쿠니 참배는 본인의 신념에 반하는 것으로 생각해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천황인 나루히토 역시 본인 아버지인 아키히토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앞으로도 천황의 야스쿠니 참배는 보기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일본 황실 이야기 :: 아키히토 천황과 새로운 천황, 나루히토 황태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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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황'은 '일본에서 그 왕을 이르는 말'로 국어 사전에 정식 등재된 단순한 명칭입니다. '일왕'이라는 표현보다 정확한 명칭이라 판단되어 앞으로 작성될 관련 포스팅에서는 '천황/황실/황족'

culubi.tistory.com

 

3. 야스쿠니 신사의 정치적 활용

 야스쿠니 신사가 본격적으로 정치에 활용된 것은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그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범 합사 이후,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방문 혹은 참배를 한 총리는 고이즈미 총리 전에도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8월 15일 전후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며 정치적, 외교적으로 활용한 것은 고이즈미 총리가 그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2001년 야스쿠니 첫 참배를 한 고이즈미 총리는 2006년까지 매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며 주변국들의 분노를 일으키게 했죠. 그리고 이로 인해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기반은 우익 세력을 중심으로 더욱 공고해지게 됩니다.

 

 고이즈미 총리의 '정치적 제자'인 아베 신조 총리 역시 야스쿠니 신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죠. 고이즈미 총리와 아베 총리의 차이점은 고이즈미 총리는 '정치적 수단'으로만 야스쿠니 신사를 활용한데 반해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신념'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더라구요.

 일본 정계 전반이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아베 총리 뿐만 아니라 자민당의 다양한 인사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야스쿠니 신사에 방문, 참배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네요. 

 

 일본의 일부 정치인들과 언론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의 넋을 기리는 것 뿐이다."라는 망언을 하기도 하는데요. 야스쿠니 신사는 국가 기관이 아니며, 전쟁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국립 묘지가 따로 있다는 점에서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야스쿠니 신사 바로 옆에 위치한 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千鳥ヶ淵戦没者墓苑)은 1959년부터 국가에서 운영하고 묘지공원입니다. 이곳은 전쟁 피해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공간으로, 일본 정부가 진정으로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고자 한다면 이곳에 방문하는 것이 이치에 맞겠죠.


 (+) "야스쿠니서 아버지 빼라" 호소 외면한 日, 합사취소訴 원고패소

 포스팅에 함께 포스팅하려던 기사인데, 제가 까먹었네요. 야스쿠니 신사에는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한국인 분들도 2만여명 정도가 함께 합사가 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유족들 중 일부가 일본에 소송을 제기하고 합사 취소를 원하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일본은 이를 거절하고 있죠.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유족분들의 수도 엄청 많을 것 같은데요.

 

 일본이 '과거의 일'로 치부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정말 '지나간 과거'로 만들고 싶은 것은 우리, 한국이 아닐까 싶어요. 진정한 의미의 '과거'가 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많은 피해자가, 조금이라도 많은 유족들이 그 마음을, 그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제대로 된 노력을 하길 절실하게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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