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잡학사전

일본 황실 이야기 :: 3. 일본의 연호와 새로운 연호 결정

by 쿠루비:-) 2019. 3. 22.
728x90

 

1. '천황'은 '일본에서 그 왕을 이르는 말'로 국어 사전에 정식 등재된 단순한 명칭입니다. '일왕'이라는 표현보다 정확한 명칭이라 판단되어 앞으로 작성될 관련 포스팅에서는 '천황/황실/황족' 등으로 통일해서 사용하겠습니다.

 

2. 그외 '내친왕/친왕' 등의 표현은 현지 일본 언론에서도 잘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공주/왕자' 등으로 사용하겠습니다.

 새로운 천황이 탄생하는 2019년의 일본. 새로운 천황의 즉위가 일본 사회에 끼치는 가장 큰 영향은 '연호'가 바뀐다는 것이겠죠. 연호는 일본어로 元号(겐고,げんごう)로 일본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체제입니다. 현대에 들어서며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화정을 택했고, 몇 안남은 입헌군주제 국가들 역시 다들 연호 사용을 하고 있지 않은데요. 일본은 특이하게도 연호를 법제화하여 공적인 문서에서는 모두 연호를 사용합니다.

 

서기, 연호를 병기한 면허증

 국제화 시대에 맞추기 위해 서기도 병기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공문서와 이력서 등과 같은 공적인 성격이 강한 사문서에는 아직도 연호 사용이 우선시 되고 있습니다. 작년 연말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면허증의 유효기간을 서기와 병기하기로 하는 등 사회 곳곳에서 연호가 바뀜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왼쪽부터 고준황후, 쇼와천황, 아키히토 천황

 우선 연호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패전 선언 이후, 미군정은 일본 사회에서 황실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황족을 천황의 직계 가족만을 남겨두고 전부 신적강하를 시키고, 연호 역시 폐지를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황실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계층을 중심으로, 이미 사회에서 '습관'이 되어 있던 연호를 부활시키자는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1979년, 연호법 제정으로 연호가 다시 부활하게 되었습니다.

 

출발-도착 역 이름이 연호와 동일해 화제가 된 기차표

 그렇다보니 1979년부터 현재까지 일본에서 법제화되어 사용된 연호는 단 2가지, 연호가 바뀐 전례도 1번 밖에 없습니다. 히로히토의 연호이었던 쇼와가 히로히토 사후, 1989년, 아키히토 천황이 즉위하며 발표된 헤이세이로 바뀌게 된 것이 유일한 연호 변경인데요. 그 당시엔 히로히토가 공무 수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노쇠해져 아키히토가 섭정을 할 무렵부터 연호 후보를 3가지 정도 정해두고, 히로히토 사후 세가지 후보 중 하나를 골라 발표했다고 해요. 그 연호가 현재 일본이 사용하는 연호, 헤이세이(平成/へいせい)입니다.

 

헤이세이 연호를 발표하는 오부치(小渕) 당시 관방장관

 이제 5월 1일, 천황이 바뀌니 연호 역시 바뀌어야 하는데, 새롭게 사용될 연호를 사회의 혼란을 막기 위해 천황 즉위보다 1달이 빠른 4월 1일에 발표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사회의 혼란을 제대로 막을 생각이라면 작년 연말에 발표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은데, 아키히토 천황의 즉위 30주년 기념식 등을 의식해 사전에 퇴위 분위기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네요.

 

 연호는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후보를 우선 정한 다음, 정부에서 결정하여 발표합니다. 연호를 정하기 위해서 고려되는 부분은 6가지라고 해요.

1. 국민의 이상에 걸맞는 의미를 가진 것

2. 한자 2자로 구성될 것

3. 쓰기 쉬울 것

4. 읽기 쉬울 것

5. 이제까지 연호 혹은 시호로 사용되지 않은 것

6. 사회에서 흔하게 사용되지 않을 것

 

 * 올해 초, 정부는 1글자 당 15획이 넘지 않는 한자를 사용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

 

 

 여기에 보통 근대시대부터 사용된 메이지(明治)/다이쇼(大正)/쇼와(昭和)/헤이세이(平成) 각 연호의 이니셜 앞 글자를 따서 사회에서 M/T/S/H로 흔히 사용되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 네가지 이니셜과 겹치지 않게 하지 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상인듯 싶어요.

 

 이제까지 연호는 '사기', '서경' 등 중국 고전의 내용 중 발췌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요. 일부에선 일본의 고전도 포함하여 논의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황실과 관련해서는 굉장히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일본 사회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중국의 고전에서 발췌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더 우세한 것 같네요.

 

 연호는 기년법으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에요. 천황의 사후, 시호로도 사용이 되는데요. 그래서 생전 퇴위를 하게 되는 아키히토 천황은 퇴위 후에도 헤이세이 천황이 아니라 아키히토 천황 혹은 일본에서 공식적으로 정한 상황(上皇/じょうこう)으로 불리게 됩니다.

 

쇼와 시대 풍으로 꾸며진 상가

 그 뿐만 아니라 연호는 한 시대를 표현하는 기준점이 되기도 하는데요. 일본에서 '쇼와시대(昭和時代)'라고 하면 흔히 레트로, 복고의 이미지로 떠올리는 시대를 표현하는 하나의 단어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1989년부터 시작한 헤이세이 시대 이후에 태어난 90년대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2010년대에는 헤이세이 시대에 태어난 '요즘의 젊은 세대'를 '헤이세이 출생(헤이세이 우마레/平成生まれ)'이라는 표현으로 지칭하기도 했죠.

 

 이제 곧 헤이세이 시대가 끝이 납니다. 일본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새로운 일본의 연호는 다음달 1일에 발표된다고 하니 저 역시 궁금증이 커지는데요. 어떤 한자를 사용하여 어떤 뜻을 담을지 궁금하네요:-)


▶ 일본 황실 관련 포스팅 보기

1. 일본 황실 이야기 :: 일본 황족 가계도와 왕위 계승 순위

2. 아키히토 천황과 새로운 천황, 나루히토 황태자 가족

3. 일본의 연호와 새로운 연호 결정

4. 일본 황실을 흔들고 있는 아키시노노미야 가문

5. 일본의 새로운 연호, 레이와(令和)

6. 논의만 이십년, 여성 미야케 문제

7. 새로운 천황 즉위가 일본 사회에 끼치는 영향

8. 일본 사회의 핫이슈, 여성 천황 & 여계 천황 문제

9. 일본 천황 즉위식 순서와 의미

10. 천황과 일왕, 호칭 문제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