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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일본 황실 이야기 :: 9. 일본 천황 즉위식 순서와 의미

by 쿠루비:-) 2019.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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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황'은 '일본에서 그 왕을 이르는 말'로 국어 사전에 정식 등재된 단순한 명칭입니다. '일왕'이라는 표현보다 정확한 명칭이라 판단되어 앞으로 작성될 관련 포스팅에서는 '천황/황실/황족' 등으로 통일해서 사용하겠습니다.

2. 그외 '내친왕/친왕' 등의 표현은 현지 일본 언론에서도 잘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공주/왕자' 등으로 사용하겠습니다.

 상당히 오랜만에 업로드해보는 주제인 것 같네요. 즉위식 전에만 올리자 하며 미루던 게 전날이 될 줄이야....ㅋ 어찌 되었든 우리나라 입장에선 얼어붙은 일본과의 관계의 전환점이 되어줄 수도 있는 일본 천황의 즉위식 순서와 의미를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검새 등의 승계(剣璽等承継の儀)

 새로운 천황이 탄생할 경우 가장 먼저 진행되는 '삼종 신기(三種の神器)'를 승계하는 의식입니다. 일본 국민과 국내외에 신천황 탄생을 알리는 즉위식과 달리 즉위 직후에 이루어지는 행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 나루히토 천황은 5월 1일에 이 행사를 치렀습니다.

 기존 일본 헌법에 따르면 선황이 죽은 후, 천황직에 오르기 때문에 선황의 붕어 당일에 검새 등의 승계 의식과 연호 발표가 있고, 붕어 다음날에 연호가 시작되는 '개원'을 하는데요. 아키히토 천황의 생전 양위에 따른 것이라 이전의 일정과 다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삼종 신기란 검, 거울, 곡옥 3가지의 물건으로 이 3가지의 물건을 '신(神)' 그 자체로 여기며, 이 물건 속에 깃든 '신'이 천황에게 내려와 표현된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삼종 신기는 8세기 간무 천황 때부터 비슷한 형태의 의식을 통해 새로운 천황에게 승계되어왔다고 하는데요. 이 3가지 물건은 '천황'을 뜻하는 물건으로 이를 받아 든 사람은 천황직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2. 즉위 후 조견(即位後朝見の儀)

​ 삼종 신기의 승계 의식과 같은 날에 행해지는 행사입니다. 즉위 후, 공식적으로 삼권의 장을 비롯하여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행사입니다. 행정부의 수장인 총리를 시작으로 최고재판장관, 중의원과 참의원의 의장, 각료, 부대신, 지방 자치단체 대표 등이 참석하는 행사입니다.

 천황으로서 첫 공식 발언을 하게되는 자리인데요. 이전 천황인 아키히토가 이 자리에서 헌법 수호를 언급한데 반해 현재 천황 나루히토는 헌법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움이 있었죠.

 

3. 즉위례 정전 의식(即位礼正殿の儀)

 ​2번 의식까지는 즉위 당일에 행해지고, 3번 행사부터는 따로 날짜를 정해서 진행합니다. 나루히토 천황의 즉위식은 10월 22일로 정해져 있죠. 그리고 이 행사가 진행되는 날은 임시 공휴일로 지정됩니다.

 다른 입헌군주제 국가에서 '대관식', '즉위식' 등으로 명명하는 즉위 중심 행사가 즉위례 정전 의식인데요. 이 행사엔 국내외 귀빈을 모시고, 천황이 스스로 천황직에 즉위하였음을 국내외에 선언하는 행사입니다. 이 행사의 주요 무대이자 위 사진에서도 나오는 단상을 천황이 오르는 것은 타카미쿠라(高御座), 왕비가 오르는 것은 미쵸다이(御帳台)라고 부릅니다. 

 

4. 연회(饗宴の儀)

 즉위례 행사가 끝난 후, 초대된 국내외 귀빈에게 연회를 베풉니다. 이번 즉위 행사에서는 10월 22일, 25일, 29일, 31일 총 4회로 예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일본 내에선 이 연회에서 대접될 요리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더라고요. 국내외 귀빈이 모두 모이는 자리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교의 장이 펼쳐질 것 같네요.

 

​5. 축하어열(祝賀御列の儀)

​ 원래 계획은 3번 즉위례를 끝낸 직후, 바로 이 '축하어열', 카퍼레이드 행사를 통해 국민들과 인사를 나눌 예정이었지만, 태풍 19호 하기비스로 인해 일본 국민들이 큰 피해를 입은 것을 고려하여 11월 10일로 행사를 미뤘다고 합니다.

 

6. 다이죠사이(大嘗祭)
다이죠사이를 진행하고 있는 아키히토

 위의 행사들과 조금은 성격이 다른 행사인 다이죠사이입니다. 위의 5가지 행사는 국가행사로 정부가 진행의 주체가 되고, 경비 역시 정부에서 집행합니다. 하지만 다이죠사이는 황실 행사로 구별되어 황실에서 모든 것을 부담하죠. 그래 봤자 황실 재산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보니 이러한 종교적 성격이 강한 행사에 세금을 쓰지 말라는 소송이 있었을 정도로 잡음이 있는 행사이기도 합니다. 이번 다이죠사이는 11월 22일과 23일, 이세신궁에서 진행됩니다.

 

다이죠사이에 사용될 햅쌀을 수확하는 모습

 다이죠사이는 신 천황이 즉위 후 처음으로 햅쌀을 신에게 바치며 국가와 국민의 안녕 그리고 풍작을 비는 행사입니다. 천황은 매해 가을엔 풍작에 감사하는 니이나메사이(新嘗祭)를, 봄에는 풍작을 기원하는 키넨사이(祈年祭)라는 제사를 지내는데요. 이 2가지 제사는 천황의 중요 역할 중 하나입니다. 그중 천황 즉위 후, 가장 먼저 지내는 니이나메사이를 특별히 다이죠사이라 칭하는 것입니다.

 다이죠사이까지 지내고 나면 국내외는 물론이고, 종교적으로도 완전히 공표된 천황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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