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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학사전

일본 황실 이야기 :: 6. 논의만 이십년, 여성 미야케 문제

by 쿠루비:-) 2019.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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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황'은 '일본에서 그 왕을 이르는 말'로 국어 사전에 정식 등재된 단순한 명칭입니다. '일왕'이라는 표현보다 정확한 명칭이라 판단되어 앞으로 작성될 관련 포스팅에서는 '천황/황실/황족' 등으로 통일해서 사용하겠습니다.

 

2. 그외 '내친왕/친왕' 등의 표현은 현지 일본 언론에서도 잘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공주/왕자' 등으로 사용하겠습니다.

 

 이번엔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논의만 되고, 진척은 전혀 없는 '여성 미야케(宮家,궁가)' 문제에 대해 정리해볼까 합니다.

 

 우선 미야케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할텐데요. 일본 황족들을 지칭하는 칭호는 2가지궁호(宮号/みやごう)와 어칭호(御称号/ごしょうごう)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황족은 성씨가 없지만 학교 생활 등에서 어칭호와 궁호를 성씨 대신 사용합니다. 

 먼저 어칭호는 천황과 황태자의 딸이나 아들이 태어날 경우 하사됩니다. 천황과 황태자의 직계 후손을 위한 칭호이기 때문에 황태자의 딸인 아이코(愛子) 공주는 도시노미야(敬宮)라는 어칭호를 하사받았지만 둘째 왕자의 자식인 마코(眞子) 공주, 카코(佳子) 공주, 히사히토(悠仁) 왕자는 어칭호가 없습니다.

 

왼쪽부터 아키히토(明仁) 천황, 후미히토(文仁)  왕자, 사야코(清子)  공주, 나루히토(徳仁) 황태자, 미치코(美智子) 황후

 하사받은 어칭호를 황태자의 경우 황태자 즉위 시까지, 왕자는 결혼하여 궁호를 하사받을 때까지, 공주는 결혼하여 남편 성을 따르게 될 때까지 사용하게 됩니다.

 아키히토 천황의 첫째 아들 나루히토는 히로노미야(浩宮)라는 어칭호를 황태자 즉위때까지 사용했고, 둘째 아들 후미히토는 아야노미야(礼宮)라는 어칭호를 결혼 후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라는 궁호를 하사받을 때까지 사용했습니다. 사야코 공주 역시 결혼 전까지 노리노미야(紀宮)라는 어칭호를 사용했습니다.

 

미야케 중 하나인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가

 궁호는 황태자를 제외한 황족 남자가 결혼할 때에 하사되며, 이를 성씨 대신에 왕자의 부인과 자식들이 따르게 됩니다. 왕자가 있는 경우, 왕자가 궁호를 이어가죠. 이렇게 별개의 궁호를 가지게 된 왕자의 가문을 '미야케'라고 하는데요. 이 미야케를 공주도 창설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논의만 계속되고 있는 '여성 미야케 문제'입니다.

 

왼쪽부터 후미히토 왕자, 히사히토 왕자, 키코  비

 여성 미야케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된 건 황족 숫자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패전 후, 수 많은 황족이 신적강하 되고, 황실 내에서도 일부일처제가 원칙이 되며 황족의 숫자가 급감했습니다. 거기다 현재 황실에는 미야케 창설이 가능한 왕자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그 문제가 더 커지고 있는데요. 현재의 법을 유지하게 될 경우, 나루히토 다음 천황이 될 히사히토가 천황이 될 쯤이면 히사히토가 결혼하고 출산하여 꾸리게 될 자신의 가족만이 유일한 황족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여성 미야케 가능성이 가장 높은 (왼쪽부터) 마코 공주, 아이코 공주, 카코 공주

 히사히토 본인의 형제도, 사촌 형제까지도 전부 미야케를 구성할 수 없고, 결혼 후 황실을 떠나게 되는 공주들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멀지 않은 미래에 황실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위기가 반드시 오게 되고, 남아 있는 황족들 역시 과도한 공무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공주들 역시 미야케를 창설할 수 있도록 하고, 황족의 수를 늘리자는 것이죠.

사야코 공주의 남편, 구로다 요시키와 결혼 후 황적 이탈한 구로다 사야코

 하지만 일본 사회내에서 쉽지만은 않은 문제인 것이 여성 미야케를 인정하게 될 경우 공주의 결혼 후 성씨를 누구의 성씨를 따르게 할 것인가 문제부터 생기게 되는데 이는 일본의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일본 황실 만세일계설'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양보하기 힘들 것 같아요. 거기다 일본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명예욕이 높은 일본 남성들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공주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문제까지 생기게 됩니다.

 

마코 공주의 약혼자인 코무로 케이와 마코 공주

 이러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근거로 삼고 있는 것이 아키시노노미야 가문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마코 공주의 '그' 결혼입니다. 마코 공주와의 결혼 발표 이후, '봉 잡은 것'처럼 굴고 있는 코무로 가문만 보아도 여성 미야케 창설이 가능해지면 저런 저질 가문이 황족으로 편입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일본 국민들이 마코 공주의 결혼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여성 미야케 창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언제가 되었든 여성 미야케 창설은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10년만 지나도 황족 수가 급감할 것이 충분히 예상되니까요. 어디까지 미야케 창설을 용인할 것인지의 문제이지 가능/불가능의 문제가 더이상 아니라 생각합니다. 최근 일본 국민 정서에 넓게 퍼지고 있는 '반(反) 아키시노노미야가문' 정서를 생각하면 천황, 황태자의 딸에게만 미야케 창설을 허용하는 것이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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